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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심리

[색과 삶] 자동차 색깔

물건을 사면서 자동차만큼 색깔을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도 드물다. 자동차 색깔은 한 모델에 많아야 열 가지 정도로 선택의 폭이 좁다. 어떤 색은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혹은 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색이 그 자동차 모델에는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미묘한 차이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이런저런 조건에 따라 싫은 색을 제외하고 남은 두세 가지 색상 중에서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선호하는 색은 나라나 민족,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문화나 전통에 따라 상징하는 의미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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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중국인들은 부자를 상징하는 빨강을 유난히 좋아한다. 반대로 장례를 상징하는 흰색은 일본인이나 중국인 모두 꺼리는 색이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흰색이고, 일본 또한 흰색 자동차가 제일 많다. 좋아하는 색과 자동차를 구매하는 색은 다르다. 자동차 색상의 선택은 개성표현보다 가치표현을 더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흰색, 검정, 회색, 은색의 순서로 무채색 자동차가 80%에 육박한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자동차의 색상은 20세기 중반까지 유럽이나 북미에서 무채색 일색이었다. 청교도적 신념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가 부의 상징인 자동차 색깔에도 적용되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는 색깔이 다양한 자동차가 급격하게 늘어났으나, 그 후 복고풍의 유행으로 무채색 계열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990년대 현대차 ‘악센트’가 신세대 신감각을 표방하면서 톡톡 튀는 컬러를 선보였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들어 개성이 강한 2030세대의 경제력이 늘어나면서 화려한 유채색 자동차가 증가한다는 보도가 있다. 인간관계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하는 젊은층의 개성이 자동차에도 적용될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