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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오래간다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건 뭘까? 좋은 직장, 적정한 소득, 원만한 인간관계, 맛있는 음식, 초콜렛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 모든 것을 성취해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특히 무엇을 더 가짐으로써 행복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많은 경우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Diener et al., 1999).

 

원하던 무엇을 가져도 조금만 지나면 그렇게 예뻐 보이던 것이 그저 평범해 보이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더 멋져 보인다. 그럼 더 좋은 걸 가지면 되겠지 하지만 더 좋은 걸 가져도 역시 금방 시시해질 뿐이다. 이렇게 더 많은 것을 가질수록 ‘기대’만 점점 더 높아지고 ‘만족’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이라고 한다. ‘지속가능’하게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금방 흥미를 잃거나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에 뭐가 있을까?

 

우선 한 가지는 소유보다 ‘경험’이다. 일반적으로 단순히 물질을 늘려가는 것보다 비슷한 노력으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더 행복에 이롭다(Van Boven, 2005). 예컨데 같은 돈을 써도 여행이나, 새로운 취미 활동, 문화생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투자하는 등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늘려가는 것이 정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과 같이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경험을 늘리는 것에 비해 더 크고 탄탄하게 오래가는 행복감을 가져온다.

 

‘돈’의 경우도 한 푼도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했을 때는 종잇장일 뿐이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쓰기 시작할 때 비로소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일반적으로 물건들은 여러번 보면 금새 익숙해지고 별 다를 것 없이 느껴지는 데 반해 경험은 ‘추억’처럼 시간이 지나도 떠올릴 때마다 계속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는 등 그 빛이 비교적 오래가기도 한다.

 

어떤 경험은 행복에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예컨데 ‘봉사활동’ 같이 어떤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고 이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쓸모있음감’을 느끼게 되면, 그 경험은 내 삶은 허무하지 않고 어떤 의미와 목적이 존재한다는 ‘삶의 의미감’을 가져온다. 이런 류의 경험은 많이 쌓일수록 ‘건강한’ 자존감 지지대가 되어,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나는 잘못이 없고 다 남의 탓이라는 책임 전가 같이 건강하지 않게 쌓여진 높은 자존감에 비해 나와 주변 사람들 모두의 행복에 큰 이득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삶의 의미감은 ‘장수’와도 관련을 보이며 자신의 삶이 의미있다 느끼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편이다.

 

지속적인 행복을 가능케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심리학과 래러 애크닌 교수는 실험을 통해 똑같이 돈을 써도 자기 자신을 위해 쓸 때보다 몸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쓰는 등 ‘타인’을 위해 쓸 때 더 행복감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최근 시카고 대 에드 오브라이언 교수는 같은 돈도 남을 위해서 쓸 때 더 ‘오래’ 행복하기도 하다는 연구결과를 냈다(O’Brien, 2018).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매일 5달러씩 5일 간 자신을 위해 똑같은 물건을 사거나 아니면 같은 금액을 5일 간 같은 곳에 기부하는 등 타인을 위해 쓰도록 했다. 매일매일의 행복도를 함께 측정한 결과 자신을 위해 똑같은 소비를 반복하는 것은 금새 질리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타인을 위해 같은 소비를 반복하는 것은 질리는 현상이 비교적 덜 나타났다. 비슷하게 같은 돈을 주고 이를 자신을 위해서 쓰거나 또는 타인을 위해서 쓰게 했을 때 역시 타인을 위해서 쓴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 쓴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그 기쁨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친구가 작은 사고로 다치는 바람에 당분간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을 사다주려고 베이커리에 가서 이것저것 고르는데 평소 같으면 과감하게 사지 못했을 케익, 타르트, 푸딩을 잔뜩 샀다. 나를 위해서라면 선뜻 사지 못했을, 또 사고 나서도 괜히 죄책감을 느꼈을 품목들을 ‘친구를 위해서’ 잔뜩 살수 있었다. 종이 가방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빵의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고마워하는 친구에게 내가 사고 싶어서 샀다고 핑계를 마련해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누군가를 위해서 선물을 살 때면 나를 위해서 살 때보다 더 이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을 필요로 할지, 이걸 사면 또 저걸 사면 반응이 어떨지 등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사고 난 후에도 더 오랫동안 두근두근 하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한 고통이 더 오래 가듯 예측 불가능한 기쁨 역시 더 오래 가는 법이다. 또한 여행도 실제 여행 도중보다 여행 ‘전’ 계획 단계가 더 즐겁듯 타인에게 하는 선물 역시 더 오래 우리의 마음을 부풀게 한다.

 

어느덧 연말이다. 공교롭게도 한 해의 마지막에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도 어쩌면 이것이 행복의 비결임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을 좀 더 오래 부풀게 할 뭔가를 찾아 뜻깊은 연말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

Aknin, L. B. et al. (2013). Prosocial spending and well-being: Cross-cultural evidence for a psychological universa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 635-652. 
Diener, E., Suh, E. M., Lucas, R. E., & Smith, H. L. (1999). Subjective well-being: Three decades of progress. Psychological Bulletin, 125, 276-302.
O’Brien, E., & Kassirer, S. (2018, September 3). Repeated getting vs. repeated giving. Retrieved from osf.io/njea2
Van Boven, L. (2005). Experientialism, materialism,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9, 132-14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