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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심리

"잘 고른 색상 하나, 브랜드 인지도 87% 높여줘요"

코카콜라는 빨간색, 스타벅스는 초록색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듯 색채는 브랜드 정체성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색채학회가 펴낸 `컬러마케팅`에서 전문가들은 "브랜드 컬러는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브랜드가 갖는 가치(Brand Promise)를 상징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코카콜라의 `빨간색`이 다 같은 빨간색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유명 패션잡지 편집장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리프는 비서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에게 컬러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명대사를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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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저 옷장에서 파란색 스웨터를 꺼내 입었겠지만 그건 그냥 `파란` 스웨터가 아니야. `비취색`(turquoise)도 아니고 `감청색`(lapis)도 아니고 정확히는 `세룰리안 블루`(cerulian blue)야". 근대 문명이 자연을 `미터`나 `킬로그램` 등으로 쪼개는 일에서 태동했다면, 전 세계에서 `색`을 표준화하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주역은 컬러 전문 회사 `팬톤`(Pantone)이다. 미국 뉴저지에서 작은 인쇄회사로 출발했던 팬톤에 평직원으로 입사했던 로런스 허버트는 1962년 회사를 인수한 뒤 1963년 `팬톤매칭시스템(PMS)`을 개발한다.


특정 컬러마다 고유 일련번호를 부여한 PMS는 당시 잉크 제조사마다 다르게 쓰던 색소 조합을 단순화하고 표준화된 컬러 제조 공식을 라이선스로 제공하는 데 사용됐다. PMS 덕분에 디자이너, 제품 생산공장, 소비자들은 같은 `컬러`에 대해 논할 수 있게 됐다. 스타벅스는 `팬톤 3425`, 티파니 블루는 `팬톤1837`같이 컬러를 일관된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쓸 수 있게 됐다.


PMS가 `색의 표준`을 정해준다면 팬톤색채연구소(Pantone Colour Institute)는 컬러에 해석을 입히는 곳이다. 전 세계 컬러 트렌드를 연구하고 예측하며 다양한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컬러 컨설팅을 제공하는 이곳의 구루(Guru)는 리트리스 아이즈먼 전무이사다. 1983년 로런스 허버트의 초청으로 팬톤에 합류한 뒤 30년 넘게 글로벌 컬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팬톤은 2000년부터 글로벌 패션·뷰티·예술·라이프스타일·사회적 이슈 등을 근거로 매년 `올해의 색`을 선정하고 있다. 팬톤이 정한 `올해의 색`은 컬러 디자인 트렌드는 물론 전 세계 산업 디자인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의 색` 선정 작업에도 아이즈먼 이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은 `리빙 코럴(Living Coral)`이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팬톤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제품이나 브랜드 컬러가 마케팅에 왜 중요한가.


▷브랜드나 제품의 컬러는 잠재 고객을 구매 단계로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행한 여러 소비자 연구 결과 컬러는 브랜드 인지도를 87% 증가시키고, 구매 결정에 50~85%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의 소비자는 고유한 식별 방식의 일환으로 브랜드 컬러를 찾는다. 예를 들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스타벅스의 `초록색`을 찾는 식이다. 제품 색상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대부분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 제품을 사지 않는다. 애플을 보라. 기술을 현대적이고 아름답게 재창조한 회사의 좋은 사례다. 컬러를 디자인 전략의 핵심 요소로 사용해야 한다.


컬러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람들이 컬러에 대한 비판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이다. 경영진은 도발적인 색상에 대해 그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색상`이란 이유로 채택을 거절하기도 한다. 기존에 쓰던 안전한 색상을 쓰면 누구도 비난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톤은 컬러 컨설팅을 통해 올바른 타깃 고객에게 올바른 컬러를 사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라고 제안한다. 보라색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과 전문가적인 접근법을 분리해야 한다.


―과거 팬톤은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 그룹만 알고 있는 브랜드였다. 최근 여러 브랜드와 협력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팬톤은 성공적인 디자인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컬러`를 강조하기 위해 대중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해 컬러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고객이 제품 설계 프로세스 안에서 컬러의 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포괄적인 솔루션을 줄 수 있다.


오늘날 팬톤과 팬톤매칭시스템은 단일 언어로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컬러 트렌드를 접하고, 소통하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소재나 마감재를 통해 일관된 색상을 선보이는 데 쓰이고 있다. 팬톤과 경쟁사가 다른 점은 소재나 색상 팔레트 같은 요소 외에도 팬톤은 모든 디자인 영역을 포괄하는 색상을 제공하는 유일한 표준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019년 `올해의 색`을 `리빙 코럴`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색상은 아름다운 바닷속 산호를 떠올리게 한다. 이 색상은 산호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걸 넘어 해양 생태계와 산호초 보호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호가 해양생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피난처를 제공하듯이 인간에게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걸 넘어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색채심리 연구 결과 이 색상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느낌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세상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디지털화된 세계에 개인들은 깊게 빠져들어 있다. 우리는 사람들을 디지털 세계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현실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색상을 본다면 상상력을 통해 디지털 세계와 자연과 현실 세계를 연결할 수 있다.